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63

슬퍼할 수 없는 것 - 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 tirol’s thought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 시를 보았다.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누구의 글인지는 생각 나지 않았다.검색을 해보니 이성복의 시다. 볼 수 있으나 갈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갈 수 있으나 못 가리라는 것을 아는 것 슬프나 슬퍼할 수 없는 것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말이 안되나 말해지는 것 말할 수조차 없는 것이런 것들에 대해 도돌이표만 있고 마침표는 없는 악보를 따라 부르듯이계속해서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9. 2. 15.
여섯 살배기 덩이가 어느 날 - 박광배 여섯 살배기 덩이가 어느 날 박광배 "아빠 나는 말야,바람하고 얘기한 적 있어." -언제 그랬어?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무섭거나 심심할 때는 말야,바람하고 얘기해." 애비가 얼마나 못났으면자식을 시인으로 만드나. * tirol's thought 시인은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바람과 얘기를 나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자책한다. 아빠는 일을 하러 나가야만 했던 걸까, 몸이 좋지 않아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한 걸까. 아이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그래도 시인은 좋은 아빠인 것 같다. '언제 그랬어?'라고 물어보는 아빠니까.우리 아들이 '아빠 나는 말야,/ 바람하고 얘기한 적 있어.'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말할까?'뭐라고?' '멋진 말이네' '헐, 이 녀석이'...?'언제 그랬어?' 라고 물어볼.. 2019. 2. 1.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 tirol's thought 회의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정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맞을까?' 같은 단어를 말하고 있지만.. 2019. 1. 24.
소래 포구 - 이흥섭 소래 포구 이흥섭 소래 포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소래, 하고 부르면 소래가 올 것 같아요 여래를 본 적이 없지만여래, 하고 부르면이 덧없는 사바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요 아주 작은 포구라지요내 작은 입술을 댈 만은 한가요 그곳으로 가는 철길도 남아 있다지요가슴을 대면 저 멀리서 당신의 바다가 일렁인다지요 소래, 하고 부르면 당신은 정말 오시나요여래, 하고 부르면파도치는 난바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처럼 소래, 하고 부르면빈 배 저어저어 당신의 포구에 닿을 수 있나요 * tirol's thought 시를 읽고 나서 혼자 조용히소래, 하고 불러본다.대학 다닐 때 무작정 소래 포구에 가서낮술을 먹다가 써 본 시가 있다.그때 난 뭘 봤던가 뭘 느꼈던가소래, 하고 주문을 외면 그때 거기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게 있다.. 2019. 1. 17.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 tirol's thought 나이가 들며 새로 생긴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발 뒤꿈치의 각질. 양말을 신을 때나 이불을 덮을 때 직물에 각질이 긁히는 느낌이 너무 안좋다.얼마 전에는 인터넷으로 발각질 제거제도 샀는데 생각보다 효과는 그다지...그런 각질로 고민하다가 이 시를 읽으니 마치 무슨 애기 뒤꿈치를 보는 느낌이랄.. 2019. 1. 3.
2018년에 내가 좋아한 책 2018년에 내가 좋아한 책 -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팀 오브 팀스, 스탠리 맥크리스털 외- 당신이 옳다, 정혜신- 소셜 애니멀, 데이빗 브룩스- 오늘 뭐 먹지, 권여선-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학습하는 조직, 피터 센게- 생각의 미래, 조셉 오코너- 피프티 피플, 정세랑-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2018년에 내가 좋아한 영화- 블루재스민- 슬리핑 딕셔너리- 서치- 레디 플레이어 원- 컨택트- 리틀 포레스트 2018.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