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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소래 포구 - 이흥섭

by tirol 2019. 1. 17.

소래 포구


이흥섭



소래 포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소래, 하고 부르면 소래가 올 것 같아요


여래를 본 적이 없지만

여래, 하고 부르면

이 덧없는 사바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요


아주 작은 포구라지요

내 작은 입술을 댈 만은 한가요


그곳으로 가는 철길도 남아 있다지요

가슴을 대면 저 멀리서 당신의 바다가 일렁인다지요


소래, 하고 부르면 당신은 정말 오시나요

여래, 하고 부르면

파도치는 난바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처럼


소래, 하고 부르면

빈 배 저어저어 당신의 포구에 닿을 수 있나요


<이흥섭, 터미널, 문학동네, 2011>



* tirol's thought


시를 읽고 나서 혼자 조용히

소래, 하고 불러본다.

대학 다닐 때 무작정 소래 포구에 가서

낮술을 먹다가 써 본 시가 있다.

그때 난 뭘 봤던가 뭘 느꼈던가

소래, 하고 주문을 외면 

그때 거기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게 있다면 어떨까 

그런 마법 따윈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소래, 하고 불러보게 된다. 

여래, 하고 부르면

뭐가 나타날까 어디로 가게 될까

당신도 한번 불러보세요

소래,

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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