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 포구
이흥섭
소래 포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소래, 하고 부르면 소래가 올 것 같아요
여래를 본 적이 없지만
여래, 하고 부르면
이 덧없는 사바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요
아주 작은 포구라지요
내 작은 입술을 댈 만은 한가요
그곳으로 가는 철길도 남아 있다지요
가슴을 대면 저 멀리서 당신의 바다가 일렁인다지요
소래, 하고 부르면 당신은 정말 오시나요
여래, 하고 부르면
파도치는 난바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처럼
소래, 하고 부르면
빈 배 저어저어 당신의 포구에 닿을 수 있나요
<이흥섭, 터미널, 문학동네, 2011>
* tirol's thought
시를 읽고 나서 혼자 조용히
소래, 하고 불러본다.
대학 다닐 때 무작정 소래 포구에 가서
낮술을 먹다가 써 본 시가 있다.
그때 난 뭘 봤던가 뭘 느꼈던가
소래, 하고 주문을 외면
그때 거기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게 있다면 어떨까
그런 마법 따윈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소래, 하고 불러보게 된다.
여래, 하고 부르면
뭐가 나타날까 어디로 가게 될까
당신도 한번 불러보세요
소래,
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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