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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롤의 포임레러14

티롤의 열네번째 포임레러 [2006.12.17. SUN. 티롤의 열네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마지막으로 포임 레러를 보낸 게 언젠가 되짚어 보니 벌써 삼년이 넘었네요. 삼년 만에 쓰는 편지라니! 생뚱맞다고 해야할지 무모하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언젠가부터 늘 다시 한번 써야지, 써야지 그러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만남이란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그게 이르던 늦던 만나게 된다는 걸 믿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지난 삼년간 무슨일이 있었나를 돌아봅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 사람이 쉽게 변하나요. 그러니까 아직도 이런 편지를 쓰고 있지요. 당신의 2006년 한해는 어떠셨는지요? 당신에게 벌어진 많은 일들.. 2006. 12. 17.
티롤의 열세번째 포임레러 [2003.11.11. TUE. 티롤의 열세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오랫만입니다"라는 말보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열세번째 포임레러입니다. 확인을 해보니 지난 봄, 좀더 정확히 말해서 5월18일자 포임레러 이후 근 6개월만에 띄우게 되는군요. 그간 모두들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 ◈ today's poem 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 낸댜. 어느 .. 2003. 12. 3.
티롤의 열두번째 포임레러 [2003.5.18. SUN. 티롤의 열두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일요일 오후,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멀지 않은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또다른 누군가의 결혼소식이라든가 누구누구는 둘째 아들을 낳았다더라 누구네는 새 집을 샀다더라 또 누구는 회사에서 승진을 했다더라 따위의 소식들을 바리바리 챙겨오셨겠지요. 그리곤 이렇게 화창한 초여름 일요일 저녁에 아무 약속도 만들지 않고 기어이 집으로 기어들어오는 나이 많고 죄많은 아들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시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뭘 우짜겠습니까? 조용히 밥먹고 방에 들어와 앉아 반성문이나 쓰는 수 밖에요. 여러분은 일요일 저녁에 뭘 하셨나요? =-=-=-=-.. 2003. 5. 26.
티롤의 열한번째 포임레러 [2003.5.11. SUN. 티롤의 열한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무더운 날씨와 퍼붓는 장대비가 계절을 헷갈리게 만드는 당황스런 오월입니다. 예기치 못한 계절의 변덕 앞에서 무의식적인 기대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봄비는 부슬부슬 내려야 하고 삼십도에 가까운 기온은 여름에 어울리는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의 취약성에 대해서. 나이를 들어간다는 건 마음이 자란다는 건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수많은 일들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너그러이 받아들일 마음의 크기를 넓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Today's Poem 목련이 진들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2003. 5. 18.
티롤의 열번째 포임레러 [2003.5.1. THU. 티롤의 열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정말 오랫만이죠? 아홉번째 포임레러를 보낸게 2월16일이었으니까 두달이 넘었네요. 모두들 어떻게 지내셨는지? 습관처럼(?) 드나드는 몇명의 지인들을 제외하곤 홈피가 영... 썰렁합니다. 뭐가 문젠지... (하긴, 대단한 문제는 아니죠. 그것말고도 중요한 문제는 많고도 많으니까요.) 오랫만에 시집을 한 권 샀습니다.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라는 제목에 끌려서. 천지가 푸른 빛으로 춤추는 오월에 왠 쓸쓸함 타령이냐고 물으신다면 마땅히 준비한 대답은 없습니다. 그냥... 그냥, 사는 게 참, 쓸쓸한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이 환한 오월에도 말이죠. =-=-=-=-=-=-=-=-=-=-=-=-=-=-=.. 2003. 5. 5.
티롤의 아홉번째 포임레러 [2003.2.16. SUN. 티롤의 아홉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벌써 이월이 반이나 지났네"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나는 역시 비관적인 인간이라는 걸 확인합니다. 물이 반 남은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았네" 라고 말하는 사람과 "반밖에 안남았네"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조시키는 흔한 비유. 세상에 차고 넘치는 이분법. 모든 이분법은 파시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엔 분명히 금을 긋는 것이 불가피하기도 하겠지요. 문제는 어떤 지점에 칼을 갖다 대는가가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세상 사람들을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 으로 나누는 사람과 '사랑을 해 본 사람'과 '사랑을 못해 본 사람'으로 나누는 사람이 읽어내는 세상은 많이 다를테니까요. =-=-=-=-=.. 2003.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