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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슬퍼할 수 없는 것 - 이성복

by tirol 2019. 2. 15.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문지. 2003>



* tirol’s thought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 시를 보았다.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누구의 글인지는 생각 나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이성복의 시다. 


볼 수 있으나 갈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

갈 수 있으나 못 가리라는 것을 아는 것 

슬프나 슬퍼할 수 없는 것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

말이 안되나 말해지는 것 말할 수조차 없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 

도돌이표만 있고 마침표는 없는 악보를 따라 부르듯이

계속해서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