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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6

統營 - 백석 統營 백석 녯날에 統制使가 있었다는 낡은 港口의 처녀들에겐 녯날이 가지 않은 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客主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六月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안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2021. 2. 21.
선우사膳友辭 - 백석 선우사膳友辭 _함주시초4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어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2011. 3. 9.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ㅡ 1000억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ㅡ 그 사람 생각을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ㅡ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있.. 2009. 12. 8.
북방에서 - 백석 북방(北方)에서 정현웅(鄭玄雄)에게 백석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촌이 멧돌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때 아모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잦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 2006. 2. 11.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 2005. 4. 26.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 200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