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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수 없는 것 - 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이성복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문지. 2003>* tirol’s thought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 시를 보았다.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누구의 글인지는 생각 나지 않았다.검색을 해보니 이.. 더보기
여섯 살배기 덩이가 어느 날 - 박광배 여섯 살배기 덩이가 어느 날박광배 "아빠 나는 말야,바람하고 얘기한 적 있어." -언제 그랬어?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무섭거나 심심할 때는 말야,바람하고 얘기해." 애비가 얼마나 못났으면자식을 시인으로 만드나.<박광배, 나는 둥그런 게 좋다, 2013, 시인학교>* tirol's thought시인은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바람과 얘기를 나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자책한.. 더보기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 더보기
소래 포구 - 이흥섭 소래 포구이흥섭소래 포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소래, 하고 부르면 소래가 올 것 같아요여래를 본 적이 없지만여래, 하고 부르면이 덧없는 사바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요아주 작은 포구라지요내 작은 입술을 댈 만은 한가요그곳으로 가는 철길도 남아 있다지요가슴을 대면 저 멀리서 당신의 바다가 일렁인다지요소래, 하고 부르면 당신은 정말 오시나요여래, 하고 부르면파도치는 난바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처럼소래, 하고 부르면빈 배 저어저어 당신의 포구에 닿을.. 더보기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장석남, 왼쪽가슴 아래.. 더보기
2018년에 내가 좋아한 책 2018년에 내가 좋아한 책 -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팀 오브 팀스, 스탠리 맥크리스털 외- 당신이 옳다, 정혜신- 소셜 애니멀, 데이빗 브룩스- 오늘 뭐 먹지, 권여선-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학습하는 조직, 피터 센게- 생각의 미래, 조셉 오코너- 피프티 피플, 정세랑-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2018년에 내가 좋아한 영화- 블루재스민- 슬리핑 딕셔너리- 서치- 레디 플레이어 원- 컨택트- 리틀 포레스트 더보기
반성 100 - 김영승 반성·100 김영승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 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김영승, 반성, .. 더보기
저 물결 하나 - 나희덕 저 물결 하나나희덕 한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잔물결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후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한강,어제의 내가 그 강물에 뒤척이고 있었다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는 물결들,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저 물결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물결, 일으켜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다사랑도 물결, 처럼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