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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조각의 말 몇 조각의 말 김영춘 그대가이 깊은 밤에사는 일을 적어가고 있었으면더 아픈 일 곁에 있었으면오래 멀리 가고 있었으면가는 길에가끔씩꽃도 들여다보고 있었으면 * tirol's thought 처음 시를 읽었을 때, '더 아픈 일 곁에 있었으면'이라는 네 번째 행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신자가 친구인지 오래전 헤어진 애인인지 모르겠으나 시인이 그리워하고 아끼는 누군가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그 사람이, '깊은 밤에 사는 일을 찬찬히 적어가길 바라고, 오래 멀리 가길 바라고, 가끔씩 꽃도 들여다 보길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더 아픈 일 곁에 있으라'고? 왜? 몇 번을 읽고 보니 더 아픈 일을 '겪으라는' 게 아니고 '곁에 있으라'는 말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그냥 '아픈 일' 곁.. 2026. 6. 7.
어딘가 묻어있는 잘못 어딘가 묻어있는 잘못 황진만 세수를 했습니다. 씻기지 않습니다. 손톱을 깍습니다. 깍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젖은 걸레 비틀어 방바닥을 닦았습니다. 닦이지 않습니다. 어딘가 묻어있는 잘못... 잘못... 상을 펴고 앉습니다. 술잔이 보입니다. 네. 술입니다. * tirol's thought 얼마 전에 끝난 '모.자.무.싸'를 보면서 몇 번인가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페북에 블로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좋은 글을 쓰는 걸 보고 쉽게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사실은 지금도 그렇다.)드라마를 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등장인물들 중에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나는 황진만(박해준 분)과 박경세(오정세 분)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극 중 황진만은 황동만과 변은아에게 묻는다."인생.. 2026. 5. 30.
새벽밥 - 김승희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 tirol's thought 별이 쌀이 되고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너무 어두운 새벽에 밥솥을 열어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하늘에 있던 별들이 땅에 내려와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2026. 5. 24.
그 겨울의 일요일들 - 로버트 헤이든 그 겨울의 일요일들 로버트 헤이든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검푸른 추위 속에서 옷을 입고한 주 내내 모진 날씨에 일하느라 쑤시고 갈라진 손으로 덮어둔 불을 지펴 타오르게 했다. 아무도 그에게 고마워 하지 않았다.나는 잠에서 깨어 추위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방들이 따뜻해지면 아버지는 나를 불렀고나는 느릿느릿 일어나 옷을 입었다.그 집의 오래된 분노를 두려워 하면서,그에게 무심하게 말을 건넸다추위를 몰아내고내 근사한 구두까지 닦아 놓은 아버지에게.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사랑의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Those Winter SundaysBY ROBERT HAYDENSundays too my father got up earlyand put his clothes on .. 2025. 11. 26.
어금니를 뺀 날의 저녁 - 김성규 어금니를 뺀 날의 저녁김성규 이를 빼고 난 후 혓바닥으로 잇몸을 쓸어 본다말랑말랑하다 물고 있던 거즈를 뱉을 때 피 냄새살고 죽는 것이 이런 것들로 이루어졌구나내 삶이 가진 말랑함어린 강아지를 만지듯 잇몸에 손가락을 대 본다한 번도 알지 못하는 감각살면서 느껴 본 적 없는 일들이 일어나서 살 만한 것인가이빨로 물어뜯는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말한다이를 잘 숨기고 필요할 때 끈질기게 물어뜯으라고이렇게 부드러운 말 속에피의 비린 맛이 숨어 있다니그러니 그들은 늘 자신의 것을 놓치지 않는다이제는 살고도 죽고도 싶지 않은 나이오늘도 나는 시장에 간다 뺀 이를 다시 사고 싶어그러나 내 잇몸에 맞는 것은 없고구름이 핏빛 솜뭉치로 보인다, 라는 구절을 생각해 본다울고 있는 갓난아이와 유모차를 밀며늙어 죽어가는 노.. 2025. 5. 19.
나는 - 진은영 나는진은영너무 삶은 시금치, 빨다 버린 막대사탕, 나는 촌충으로 둘둘 말릴 집, 부서진 가위, 가짜 석유를 파는 주유소, 도마 위에 흩어진 생선비늘, 계속 회전하는 나침판, 나는 썩은 과일 도둑, 오래도록 오지 않는 잠, 밀가루 포대 속에 집어넣은 젖은 손, 외다리 남자의 부러진 목발, 노란 풍선 꼭지, 어느 입술이 닿던 날 너무 부풀어올랐다 찢어진* tirol's thought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네' 싶어도막상 그리려면 어렵다는 걸 알게 되듯이'나는'이라는 제목 뒤에 서술어를 갖다 붙이는 일쯤은'그까이 게 뭐 별 건가, 나도 할 수 있겠네' 싶어도막상 써보려고 하면 '그까이 게' 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시인이 보여주는 이미지을 좇아가기에 굳어버린.. 2025.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