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장석남, 왼쪽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비평사,2001>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장석남, 왼쪽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비평사,2001>
* tirol's thought
나이가 들며 새로 생긴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발 뒤꿈치의 각질.
양말을 신을 때나 이불을 덮을 때 직물에 각질이 긁히는 느낌이 너무 안좋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으로 발각질 제거제도 샀는데 생각보다 효과는 그다지...
그런 각질로 고민하다가 이 시를 읽으니 마치 무슨 애기 뒤꿈치를 보는 느낌이랄까
통증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 게다가 '왼쪽 가슴 아래께'의 통증이라니, 왠지 더 있어보이지 않나?
죽은 꽃나무를 뽑고나서 통증을 느끼는 시인의 마음에 비하면,
그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라고 말하는그 마음에 비하면,
내 마음의 각질은 도대체 얼마나 단단해진 건가
그건 뭘로 없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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