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배기 덩이가 어느 날
박광배
"아빠 나는 말야,
바람하고 얘기한 적 있어."
-언제 그랬어?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무섭거나 심심할 때는 말야,
바람하고 얘기해."
애비가 얼마나 못났으면
자식을 시인으로 만드나.
<박광배, 나는 둥그런 게 좋다, 2013, 시인학교>
* tirol's thought
시인은 '골목에 나와서 심심할 때' 바람과 얘기를 나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자책한다.
아빠는 일을 하러 나가야만 했던 걸까, 몸이 좋지 않아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한 걸까.
아이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시인은 좋은 아빠인 것 같다.
'언제 그랬어?'라고 물어보는 아빠니까.
우리 아들이 '아빠 나는 말야,/ 바람하고 얘기한 적 있어.'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말할까?
'뭐라고?' '멋진 말이네' '헐, 이 녀석이'...?
'언제 그랬어?' 라고 물어볼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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