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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6

11월의 노래 - 김용택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 tirol's thought 내가 마지막으로 연애 편지를 써본 때가 언제인가 그리움에 못이겨 연시.. 2006. 11. 22.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 tirol's thought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언젠가 종로 교보 문고에 붙어 있는 큰 걸개그림에서 본 기.. 2002. 6. 24.
사랑노래 5 - 김용택 사랑노래5 김용택 마음의 끝을 보고 걸어서 마음의 끝에 가면 한쪽 어깨가 기울어 저뭄에 머리 기대고 핀 외로운 들꽃 하나 보게 되리 팍팍하게 걸어온 저문 얼굴로 헐은 어깨 기울이면 야윈 어깨 기대오던 저문 그대 마음의 끝에 서서 저뭄의 끝에 기대섰던 우리 마음의 끝을 적시며 그대는 해지는 강물로 꽃잎같이 지고 한쪽이 쓸쓸한 슬픔으로 나는 한세상을 어둑어둑 걷게 되리 * tirol's thought 유행가를 부르는 심정으로, 김용택의 오래된 사랑노래를 읽는다. 유행가란게 원래 좀 유치하기도 하고, 매양 그게 그거인거 같지만 또 그렇기에 더욱 정이 가기도 하고 가슴에 와 닿기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난 또 한 세상을 어둑어둑걸어서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2002. 4. 12.
그랬다지요 - 김용택 그랬다지요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tirol's thought 디지털의 특징 중의 하나로 '무한 복제'의 가능성을 들 수 있겠지요. 옮기거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낡거나, 닳는 아날로그와 달리 원본의 변화가 없는 디지털의 복제방식을 생각하다보면 가끔 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저또한 스스로 책을 뒤적여가면서 새 글을 옮기거나 제 글을 쓰기보다 여기 저기에서 시를 복사해다가 올립니다.(이 시도 후배 홈페이지에서...) 생각같아선 올리는 시마다 제 생각이나 느낌을 덧붙여보고 싶긴 한데 그것도 쉽진 않습니다.. 2001. 11. 28.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 받고 살얼음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서서 엉엉 울었다. * tirol's thought 그까짓 사랑때문에 울지 말자...그래 울지 말자...울...지...말...자... 2001. 9. 16.
사랑 - 김용택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 200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