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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 - 고은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tirol's thought 마음을 비워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 자체도 너무 꽉찬 마음이다 마음은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 비우고 내려갈 때 본 '그 꽃' 늦었다 아니 늦지 않았다 '이르다 늦었다'는 꽉 찬 마음의 언어일 뿐 빈 마음에게 늦고 이름은 없다 그저 그 꽃을 보고 즐기면 그 뿐 아직도 내 마음은 자질구레한 것들로 그득 채워져 있는 탓인지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을 내려 갈 때 보게 되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져서 괜히 심란해진다 Tracked from http://blog.joins.com/isomkiss/3702702 2004. 10. 19.
가족 - 진은영 가족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 tirol's thought 나는 시인의 이 가슴아픈 고백이 정직한 고백이라 믿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고 믿으며, 서로에게 주고 받는 상처들. 아릿한 핏물처럼 배어나는. 세상에 가족만큼 소중하지만 잔인한 관계가 또 있을까. Tracked from http://blog.empas.com/mimaing/3986840 2004. 10. 18.
신기하다, 신기해, 햇빛 찬연한 밤마다 - 이성복 신기하다, 신기해, 햇빛 찬연한 밤마다 이성복 어째서 산은 삼각형인가 어째서 물은 삼각형으로 흐르지 않는가 어째서 여자 젖가슴은 두 개뿐이고 어미개의 젖가슴은 여덟개인가 언제부터 젖가슴은 무덤을 닮았는가 어떻게 한 나무의 꽃들은 같은 색, 같은 무늬를 가졌는가 어째서 달팽이는 딱딱한 껍질 속에서 소리지르지 않고 귤껍질은 주황색으로 빛나며 풀이 죽는가 귤껍질의 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어째서 병신들은 바로 걷지 못하고 전봇대는 완강히 버티고 서 있는가 왜 해가 떠도 밤인가 매일 밤 물오리는 어디에서 자는가 무슨 수를 써서 조개는 멋진 껍질을 만드는가 왜 청년들은 月經을 하지 않는가 어째서 동네 깡패들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가 왜 장님은 앞을 못 보고 소방서에서는 불이 나지 않는가 불에 타 죽어가는 새들은 .. 2004. 10. 15.
조랑말 - 신경림 조랑말 - 몽골에서 신경림 황량한 초원을 조랑말을 타고 건너리 허리에는 말린 말고기 한 줌 차고. 톈산을 넘어 눈보라 속을 내달렸을 날렵한 몽골 기병처럼. 유목민 게일에 들어 몇 밤 지새다 보면 너무 지쳐 돌아올 길 아예 잃어버릴는지도 모르지. 어떠랴,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내 온몸을 따뜻이 감싸주는 수많은 별이 있는데. 이방인의 문전을 조랑말을 앞세우고 기웃대다 보면 어쩌면 이 세상이 다시 그리워질까. 도시의 매연과 소음까지 어른어른 꿈결 속에 보면서, 내 못나고 천박한 짓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해지면서. 어깨에는 물병 하나 삐딱하게 메고 바람 부는 초원을 조랑말에 업혀 건너리. * tirol's thought 간밤에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이 맑다. 몽골 사람들은 눈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곳은 끝.. 2004. 10. 12.
다음 중 올바른 말은? * 다음 중 올바른 말은? 1. 소문이 [금새, 금세] 퍼졌다. 2. 오늘은 [왠지, 웬지] 우울하다. 3. 힘으로 [밀어부쳤다, 밀어붙였다]. 4. 답을 [알아맞춰, 알아맞혀] 보세요. 5.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치뤘다]. 6. 상대 팀을 [꺽고, 꺾고] 우승했다. * 알맞은 말은? 7. 물건 값을 카드로 [결재, 결제]했다. 8. 산을 [넘어, 너머] 마을로 들어섰다. 9. 깊은 시름에 [쌓여, 싸여] 있다. 10. 이 자리를 [빌어, 빌려] 인사드립니다. [정답을 보시려면 '정답' 옆 부분을 마우스로 드래그 하세요] 정답 : 1. 금세 2. 왠지 3. 밀어붙였다 4. 알아맞혀 5. 치렀다 6. 꺾고 7. 결제 8. 넘어 9. 싸여 10. 빌려 오늘은 한글날. 아침에 중앙일보를 읽다가 알았다. 이.. 2004. 10. 9.
부패의 힘 - 나희덕 부패의 힘 나희덕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 되는 나여 * tirol's thought "인생은 썩은 막걸리야" 오늘 읽은 백남준의 인터뷰 생각이 난다. 72세의 노 예술가는 온갖 병을 친구처럼 거느리고 제대로 썩어간다. 그의 예술세계를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인터뷰는 멋졌다. 그저껜가? 물감을 칠한 피아노를 밀어버리는 '존 케이지에게 바침’이라.. 200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