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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조랑말 - 신경림

by tirol 2004. 10. 12.
조랑말 - 몽골에서

신경림


황량한 초원을 조랑말을 타고 건너리
허리에는 말린 말고기 한 줌 차고.
톈산을 넘어 눈보라 속을 내달렸을
날렵한 몽골 기병처럼.
유목민 게일에 들어 몇 밤 지새다 보면
너무 지쳐 돌아올 길 아예
잃어버릴는지도 모르지.
어떠랴,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내 온몸을 따뜻이 감싸주는 수많은 별이 있는데.

이방인의 문전을
조랑말을 앞세우고 기웃대다 보면
어쩌면 이 세상이 다시 그리워질까.
도시의 매연과 소음까지
어른어른 꿈결 속에 보면서,
내 못나고 천박한 짓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해지면서.
어깨에는 물병 하나 삐딱하게 메고
바람 부는 초원을 조랑말에 업혀 건너리.


* tirol's thought

간밤에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이 맑다.
몽골 사람들은 눈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곳은 끝없이 이어진 평원지대라
사람들이 멀리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안과 상담란에서 눈이 피곤할 땐
먼 물체나 멀리 하늘을
바라보라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바람 불고 하늘 푸른 가을.
몽골의 하늘은 어떤 색일까?

'너무 지쳐 돌아올 길 아예
잃어버릴는지도 모르지.
어떠랴,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내 온몸을 따뜻이 감싸주는 수많은 별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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