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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신기하다, 신기해, 햇빛 찬연한 밤마다 - 이성복

by tirol 2004. 10. 15.
신기하다, 신기해, 햇빛 찬연한 밤마다

이성복


어째서 산은 삼각형인가 어째서 물은 삼각형으로 흐르지 않는가 어째서 여자 젖가슴은 두 개뿐이고 어미개의 젖가슴은 여덟개인가 언제부터 젖가슴은 무덤을 닮았는가 어떻게 한 나무의 꽃들은 같은 색, 같은 무늬를 가졌는가 어째서 달팽이는 딱딱한 껍질 속에서 소리지르지 않고 귤껍질은 주황색으로 빛나며 풀이 죽는가 귤껍질의 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어째서 병신들은 바로 걷지 못하고 전봇대는 완강히 버티고 서 있는가 왜 해가 떠도 밤인가 매일 밤 물오리는 어디에서 자는가 무슨 수를 써서 조개는 멋진 껍질을 만드는가 왜 청년들은 月經을 하지 않는가 어째서 동네 깡패들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가 왜 장님은 앞을 못 보고 소방서에서는 불이 나지 않는가 불에 타 죽어가는 새들은 무슨 말을 하는가
왜 술 먹은 사람은 헛소리를 하고 술 안 먹은 사람도 헛소리를 하는가 매일 밤 돌사자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언제부터 風向計는 우두커니 땅만 내려다보는가 어째서 귀여운 아이들의 볼그레한 뺨은 썩었는가 누가 소녀들의 가랑이를 벌리고 말뚝을 박았는가 언제부터 창녀들은 같은 길 같은 골목에서 서성거리고 초라한 사내들은 어떻게 알고찾아 오는가
신기하다, 신기해. 햇빛 찬연한 밤마다 惡夢을 보내주신 그대,
목마름을 더 다오! 身熱을 더 다오!


* tirol's thought

어째서 담배를 끊는 일은 그렇게 힘든가 그렇게 자고 또 자도 피곤은 풀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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