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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를 따고 - 장석남 살구를 따고 장석남 내 서른여섯살은 그저 초여름이 되기 전에 살구를 한 두어 되 땄다는 것으로 기록해둘 수밖에는 없네. 그것도, 덜어낸 무게 때문에 가뜬히 치켜 올라간 가지 사이의 시들한 이파리들의 팔랑임 사이에다가 기록해둘 수밖에는 없네. 살구나무에 올라 살구를 따며 어쩌면 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가졌던 가장 아름다운, 살구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아귀를 펴는 내 손길이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무 위의 저녁을 맞네 더이상 손닿는 데 없어서 더듬어 다른 가지로 옮겨가면서 듣게 되는 이 세상에서는 가장 오래된 듯한, 내 무게로 인한 나뭇가지들의 흐느낌 소리 같은 것은, 어떤 지혜의 말소리는 아닌가 귀담아 들어본다네 살구를 따고 그 이쁘디이쁜 빛깔을 잠시 바라보며 살구씨 속의 아름다운 방을 생각.. 2005. 2. 7.
하관 - 박목월 하관(下棺) 박목월 棺을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 tirol's thought 우연히 찾은 이 시를 읽다가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떠올려 본다. 삶과 죽음의 길은 여기에 있음에 두려워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2005. 2. 4.
길 - 강연호 길 강연호 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점들의 집합을 선이라 한다 최단거리일 때 직선이라 부른다 수학적 정의는 화두나 잠언과 닮아 있다 때로 법열을 느끼게도 한다 길이란 것도 말하자면 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점들의 집합이다 최단거리일 때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동안 점들은 언제나 고통으로 갈리고 점들은 마냥 슬픔으로 꺾여 있다 수학적으로 볼 때 나는 지금 임의의 한 점 위에서 다른 점을 찾지 못해 우두커니 서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처음의 제 몸을 가르고 꺾을 때마다 망설였을 점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tirol's thought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의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 2005. 2. 3.
2005년 1월에 읽은 책 [읽은 책] - 번트 H. 슈미트 지음, 정해동, 임도영 옮김, CRM을 넘어 CEM으로, 한언, 2004년 >> 회사 업무 때문에 읽었는데 2/3 부분부터는 거의 휘리릭 넘겨가며 읽었다.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는듯. 현태준, 이우일 저,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시공사, 2004. >> 아내가 읽으려고 산 책인데 어느날 저녁에 설렁설렁 읽어봤다. 재미는 글쎄...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이 나랑 잘 안맞는 건지 일본이란 나라 자체가 나랑 안맞는 건지 좀 헷갈린다. [1월에 새로 읽기 시작한 책] - Kaplan Norman, Stratedgy Maps, Harvard Business School Corporation, 2004. >> 회사 도서실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서 좋은 책들이.. 2005. 2. 2.
마징가 계보학 - 권혁웅 마징가 계보학 권혁웅 1. 마징가 Z 기운 센 천하장사가 우리 옆집에 살았다 밤만 되면 갈지자로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철보다는 진로를 더 많이 모았다 아내가 밤마다 우리 집에 도망을 왔는데, 새벽이 되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사람, 지칠 줄 모르고 그릇과 프라이팬과 화장품을 창문으로 던졌다 계란 한 판이 금세 없어졌다 2. 그레이트 마징가 어느 날 천하장사가 흠씬 얻어맞았다 아내와 가재를 번갈아 두들겨 패는 소란을 참다못해 옆집 남자가 나섰던 것이다 오방떡을 만들어 파는 사내였는데, 오방떡 만드는 무쇠 틀로 천하장사의 얼굴에 타원형 무늬를 여럿 새겨 넣었다고 한다 오방떡 기계로 계란빵도 만든다 그가 옆집의 계란 사용법을 유감스러워 했.. 2005. 2. 2.
요리 - 골뱅이 소면 무침 [골뱅이 소면 무침] * 준비물 : 골뱅이 통조림 1개, 오이 · 양파 1/2개씩, 대파 1 뿌리, 소면 2인분, 양념장(식초 · 골뱅이 통조림 국물 3 큰술씩, 설탕 · 고춧가루 2 큰술씩, 간장 1/2 큰술, 다진 마늘 1 큰술,후춧가루 · 깨소금 · 참기름 약간) * 조리법 1. 골뱅이를 깡통에서 꺼내 국물을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골뱅이를 체에 받친 후 팔팔 끓인 물을 골고루 뿌려주면 골뱅이 특유의 비린 냄새가 없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_-;) 2. 파는 흰 부분만 5 cm 길이로 썬 다음 길이대로 반 갈라 가늘게 채썰고 찬물에 잠시 담가둔다. 톡 쏘는 매운맛과 미끈거리는 기를 없앤 후 싱싱해지면 건져 물기를 뺀다. 3. 양파는 가늘게 채썰고, 오이는 어슷썬다. .. 2005.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