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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강변 - 신동호 봄날 강변 신동호 세월이 멈춰졌으면 하지 가끔은 멈춰진 세월 속에 풍경처럼 머물렀으면 하지 문득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거야 세상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 거야 아마 예전에 미처 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야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빠른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분명 마음은 발걸음보다 항상 뒤처져 걷지만 봄날 강변에 앉아보면 알게 되지 머얼리 기차가 지나갈 때 눈부신 햇살 아래, 오래 전 정지된 세월의 자신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순간 기차는 굴속으로 사라져버리고 강변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신은 떠나지만 변하지 않는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게야 마음의 지조처럼 여전히 기다릴 게야 오래도록. 봄날 강변 신동호 시/이지상.. 2005. 3. 8.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황동규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현대문학1958/ * tirol's thought 가끔 골짜기에 거세게 퍼붓는 눈을 보면 정녕 그치지 않을 것 처럼 생각될 때도 있지만.. 2005. 3. 4.
2005년 2월에 읽은 책 [읽은 책] - 마크 뷰캐넌 지음, 강수정 옮김, 정하웅 감수, 넥서스, 여섯개의 고리로 읽는 세상, 세종연구원, 2003년 - 다니엘 대너 지음, 하지현 옮김, 갈등 해결의 기술, 지식공작소, 2003 - 마샬 쿡 지음, 서천석 옮김, 코칭의 기술, 지식공작소, 2003. - 한강 등저, 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문학사상사, 2005. [읽고 있는 책] - Alan Lakein, How to Get Control of Your Time and Your Life - 이기영, 마음의 철학, 정우사, 1987. [읽다가 그만 둔 책] - Kaplan Norman, Stratedgy Maps, Harvard Business School Corporation, 2004. - 브라.. 2005. 3. 1.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문태준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 tirol's thought '는개'가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안개처럼 부옇게 내리는 가는 비'라고 한다.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의 모습이라.. 2005. 2. 23.
식은 밥 - 함성호 식은 밥 함성호 어머니 밥 잡수신다 시래기국에 찬밥덩이 던져 넣어 후룩후룩 얼른 얼른 젖은 행주처럼 조그맣게 쭈그리고 앉아 목 퀭한 환자복의 아들이 남긴 식은 밥 다아 잡수신다 어머니 마른 가슴으로 먼 하늘 보신다 삭풍에 거슬러 살 날리던, 유리의 땅은 바닷바람 같은 먼 나라 내 목숨 같은 먼 나라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한 계절을 씻어내리는 비 두만강 물소리에 밥 말아 어머니 이른 아침밥 드신다 붉은 흙 퍽퍽 가슴에 채우신다 * tirol's thought 지난 여름, 어머니가 갑작스런 현기증을 호소하셔서 이른 새벽 응급실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 서너시간 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응급실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은 증세도 다양하다. 어딘가가 부러진 사람, 갑작스런.. 2005. 2. 22.
화살기도 - 이문재 화살기도 이문재 이 어린 것을 당신의 형상대로 일어서게 하소서 내가 쏜살같이 날아가 박힐 것입니다 첩첩 바람의 페이지를 뚫고 중력의 터널 끝까지 달려가 거기 검고 둥근 중심에서 으스러질 것입니다 천 년의 하늘 아래, 부르르 온몸을 떨며 내가 죽어갈 환한 과녁 함께 불붙어 스러질 수직의 당신 나는 저 한 줄 기도문으로 나를 당겨 확, 하고 불붙는 유성(流星)이 될 것입니다 * tirol's thought 제대로 기도를 해 본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용할 양식을 앞에 두고, 주일날 교회에 가서, 습관처럼 기도를 하지만, 마음을 다해, 과녁을 향하는 화살, 불붙는 유성처럼 기도를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2005.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