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63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서정주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서정주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 괜찬타..괜찬타 ...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낯이 붉은 處女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運命들이 모두 다 안끼어 드는 소리. ‥‥‥ 큰놈에겐 큰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이얘기 작은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끼어 오는 소리. ‥‥‥ 괜찬타 ‥‥‥ 괜찬타 ‥‥‥ 괜찬타 ‥‥‥ 괜찬타 ‥‥‥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山도 山도 靑山도 안끼어 드는 소리. ‥‥‥ * tirol's thought 그래, "괜찬타..... 2001. 9. 12.
남해금산 - 이성복 남해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금산 푸른 바닷물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 시인선 052), 문학과지성사, 2001년 02월/ * tirol's thought 모를일이다. 어째서 이성복의 시는 나의 눈가를 뜨끔거리게 만드는지. 솔직히 나는 그의 시를 명쾌하게 해석해낼만한 능력도 없고 어떤 구절에 사무치게 감동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가만히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말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밀려온다. 그 느낌을 두리뭉수리하게 해석해 본다면 '슬픔'에 가장 가까운 감.. 2001. 9. 10.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이성복 나의 아이는 언제나 뭘 물어야 대답하고 그것도 그저 "응" "아니요"라고만 한다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저 아이가 딴 아이들처럼 자기 주장을 하고 억지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 나의 아이가 무작정 울면서 들어오지만 아무리 물어도 제가 왜 울었는지를 모른다 나의 아이는 그 마음이 따뜻하고 나름대로 고집과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마저 주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마음이 답답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만 또 잊어버리곤 한다 나의 아이를 내가 늘 잊지 못하는 것은 저러자면 저는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 때문이다 /이성복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1993 / * tirol's thought .. 2001. 9. 10.
구두 - 조성규 구두 조성규 구두를 닦는다 침 뱉어가며 검댕 묻혀가며 닳아빠진 세월의 뒷축이여 끈덕지게 달라붙는 자잘한 슬픔의 먼지들이여 얼굴을 보여다오 상처투성이 청춘의 구두코여 주름진 외로움의 발등이여 해어진 사랑 북북찢어 추억의 손가락에 둘둘감고 땀 흘려가며 큰숨 몰아쉬어가며 구두를 닦는다 닦아도 빛나지 않는 구두여 보이지 않는 얼굴이여 손 끝에 배어 물드는 새까만 미련이여 닦이지 않는 눈물이여 1998. 2. 25.
옛사랑 - 조성규 옛사랑 조성규 비같은 눈이 내린다 아, 눈이구나 미소지으며 지난 여름 피었다 진 장미꽃들을 떠올릴 여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마른 땅위에 처박히는 얼다만 눈물같이 서러운 눈 습관처럼 건네다 보던 맞은편 건물 옥상 화단은 시든꽃 한송이 없이 갈아엎어져 굳은 표정으로 시린 눈을 맞고 있는데 자꾸만 헛구역질이 나고 시큼하게 번져오는 어지럼증에 무심코 짚은 유리창이 차다 1995. 1. 25.
어머니 - 조성규 어머니 조성규 창 밖 아직 어두운데 허리에 손 짚으며 힘들게 일어서는 당신 지난 밤 기침 소리같은 그릇 부딪치는 소리 들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물소리 늦은 저녁 한쪽 무릎 세우고 앉아 오래 묵은 김치와 국 한사발 밥말아 긴 한숨처럼 넘기시는 당신 모습 보이네 밥물처럼 차오르는 슬픔 닦으며 어머니 오늘도 아침을 지으시네 1994.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