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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스팀목련 - 강연호

by tirol 2001. 9. 16.
스팀목련

강연호


내가 다니던 대학의 문과대 건물 옆엔
스팀목련이 한 그루 있다 해서
진달래 개나리보다 한참은 먼저 핀다 해서
해마다 봐야지 봐야지
겨울난방 스팀에 쐬여 봄날인 듯 피어나는
정말 제철 모르고 어리둥절 피어나는
철부지 목련을 꼭 봐야지
벼르고 벼르다 졸업을 하고
벼르고 벼르다 후딱 십년도 넘어버린
나는 늘 봄날을 놓치고
엎치락뒤치락 추위와 겯고트는
때 아닌 스팀목련도 놓치고
내가 대학 다니던 청춘도 놓치고
내가 대학 다니던 청춘도 놓치고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나는 늘 나도 놓치고

<강연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서울, 문학세계사,1995.> 

* 곁고틀다: [시비나 승부를 다툴 때 지지 않으려고]서로 버티어 겨루고 뒤틀다.

* tirol's thought

이제 '스팀목련'은 다 졌을게다. 늦겨울에 한 번 보러가야지 했는데...
'나도 늘 나를 놓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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