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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오월 - 안상학

by tirol 2011. 5. 4.

오월

안상학


흰 꽃 많은 오월
이팝나무, 불두화, 아카시아, 찔레꽃
인디언 아라파호족은 이런 오월을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불렀습니다.
푸르기만 하던 나의 오월도
살면서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로 바뀌었습니다.
임병호 시인, 박영근 시인, 권정생 선생, 아버지
달력에 치는 동그라미가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5·18은 어느 달력에나 있으니 안심하지만
내년 달력이 생기면
5월 23일에 하나 더 동그라미를 쳐야겠습니다.

그 아래 쓸 이름 잘 간직해야겠습니다.


* source: http://goo.gl/0TRqE

* tirol's thought

나의 오월 달력도 동그라미가 가득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기일, 어머니 생신, 동생 생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날도 오월이었구나(네이버에서 찾아보니 17일).
왜 아라파호족은 열두 달 중에 5월을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불렀을까?
푸르고 좋았던 시절, 오래 전에 죽은 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 달이라서일까?
아니면 이생의 푸르름에 들뜨지 말고 저생의 그들을 생각하며 겸손하게 살라는 까닭이었을까?
시인에게 5월 23일은 또 누구의 이름를 기억하는 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