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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한 세상 - 박이도

by tirol 2011. 5. 13.

한 세상

박이도


짧은 한평생이라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구나

안경알을 닦으면
희미하게 생각나는
지난 일들

가다가 가다가 서글퍼
주저앉으면
안경알 저쪽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짧은 희망

다시 가다가 문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 source: http://goo.gl/2iBDn

* tirol's thought

네이버 '매거진C'에 '추억이 깃든 음식'이란 글(http://goo.gl/atNpw)을 읽다가 발견한 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정말 안경알을 닦다보면 '밑도 끝도 없는 삶의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끼고 얼룩이 지는 안경알, 그 안경알을 다시 닦으며 희미하게 지난 일을 생각하기도 하고, 다시 깨끗해진 안경을 쓰면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짧은 희망을 엿보기도 하고, 또 내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듯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