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사랑은 불협화음 - 박상우

by tirol 2003. 8. 8.
사랑은 불협화음

박상우
 
 
1.
남자가 걸으면 아랫도리가 흔들리고
여자가 걸으면 윗도리가 흔들립니다
 
남자는 윗도리에 흔들 게 없어서 윗도리가 흔들리지 않고
여자는 아랫도리에 흔들릴 게 없어서 아랫도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자는 흔들리는 여자의 윗도리가 신기(?)하고
여자는 흔들리는 남자의 아랫도리가 신기(?)합니다
 
흔들릴 게 없으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남자는 흔들림이 없는 여자의 아랫도리를 선망합니다
여자는 자기가 흔들리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부분들을 채우려합니다
남자는 자기가 흔들리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부분들을 채우려합니다
여자는 흔들림이 없는 곳을 흔들리는 부분으로 채우려 합니다
남자는 흔들림이 없는 곳을 흔들리는 부분으로 채울 합니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것에 의해 흔들리고
흔들리는 것에 의하여 더욱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랑이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사랑입니다.

2.
흔들리지 않는 충격과 흔들리는 충격은
둘 다 여자가 큽니다
여자는 사랑이 많은 까닭입니다
남자는 사랑이 적은 까닭입니다
여자는 흔들림의 무게가 남자보다 더 나가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흔들림의 무게가 여자보다 적게 나가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흔들림의 무게가 무거워 사랑도 무겁고
남자는 흔들림의 무게가 가벼워 사랑도 가볍습니다
 
 
3. 
남자와 여자가 걸어갈 때
그들의 사랑이 서로 흔들리고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림이 끝나면 그들의 사랑도 끝납니다.

* tirol's thought

뭐 딱히 '비장한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거 같지는 않지만...재미있게 잘 읽힌다. 하긴, 모든 시가 비장하거나 엄숙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에도 길이 있다 - 천상병  (0) 2003.09.18
저물 무렵 - 최갑수  (0) 2003.09.08
그날, 정림사지 5층 석탑 - 황동규  (0) 2003.07.29
떨림 - 강미정  (0) 2003.07.22
칠 일째 - 이응준  (0) 200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