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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제부도 - 이재무

by tirol 2004. 8. 23.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나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 tirol's thought

나는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한번쯤 가봐야겠다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데
실제로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겠다.
영영 가지 않고 그리워만 할지도 모른다.
완결된 욕망은 뱃전 위로 잡아 올려진 생선과도 같은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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