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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돌아오라 소렌토로 - 황인숙

by tirol 2004. 8. 24.
돌아오라 소렌토로

황인숙


집이 무너지니
그 길로 하늘이 열리는구나
그리운 그 빛난 햇살
갇혀 있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구나
안녕, 나의 뭉게 영혼

生이 짙게 다가온다, 마치
면도날에 살을 베면
의혹에 차서
하얗게 침묵하고 있다가
서서히 배어나는
피같이
향기로운 꽃 만발한.


/황인숙 시집 <슬픔이 나를 깨운다> 중에서/

*tirol's thought

무너진 집
그 길로 열리는 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영혼.
의혹에 차서
하얗게 침묵하고 있다가
서서히 배어나는 피.

뭉게뭉게 피어올라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그냥 피가 나는 것과
하얗게 침묵하고 있다가
서서히 배어나는 피가
어떻게 다른 거냐고
만약에 다른 거라고 해도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묻지 마시라.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제목과
나의 뭉게 영혼과
향기로운 꽃처럼 만발한 피가
무슨 관련이 있는 거냐는
질문은 제발 사양이다.
(내 생각엔 아마 시인도 논리적으로 썩 만족스런 답을 준비하고 있진 못할 것이다.)

그냥 좀 느껴보시라.
딱 떨어지는 논리의 직선 주로에서 벗어나
상상의 들판을 달려보시라.

.
.
.

이렇게 얘기해 놓고나니까 터무니없게도
정말 이 시의 제목이 왜 '돌아오라 소렌토로'일까 너무 궁금해진다.
누구 얘기해줄 사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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