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바다 - 이성복

by tirol 2004. 8. 11.
바다

이성복


바다에 가면 파도는 너무 낮아서 팔을 뒤로 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바다에 가면 그 어느 바다라도 (내가 본 바다, 짬밥 먹던 수병 시절 달포씩 헤매다녔던 서해 바다, 유학 시절 불란서에서 보았던 지중해와 대서양) 너무 낮아서 몸을 젖히고 땅끝까지 고개를 젖히고, 그래도 바다는 너무 낮아서 눈시울을 수평선에 맞출 수가 없다 언제나 바다는 낮고 나는 너무 높아서, 젖가슴 위로는 쓸데없는 것인 줄 알고 나직이 한숨짓는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128, 이성복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1993/

눈시울을 수평선에 맞추는 방법.
바다로 걸어들어갈 것.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부도 - 이재무  (0) 2004.08.23
매미 - 이정록  (0) 2004.08.19
바지씨 - 이진우  (0) 2004.08.11
오 바람아, 이 열기를 열어 젖혀라  (1) 2004.07.30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2) 200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