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이정록
여름 내내, 매미는
숲속 가득 전기면도기를 돌린다
철망 밖으로 칼을 내밀지 않고도
날을 돌려 푸른 수염을 깎는다
여름의 끝, 된서리가 몇 차례
땅의 살을 그은 뒤에야
면도를 마치고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벌써 겨울이다
살점의 마른 잎 위에
하늘은 다시 비누거품을 풀어놓는다
그 첩첩의 눈 속에는, 언제부턴가
흙에 코드를 꽂고 주름주름 충전을 하는 굼벵이들
봄을 향해 언땅을 흔들고 있다
이정록
여름 내내, 매미는
숲속 가득 전기면도기를 돌린다
철망 밖으로 칼을 내밀지 않고도
날을 돌려 푸른 수염을 깎는다
여름의 끝, 된서리가 몇 차례
땅의 살을 그은 뒤에야
면도를 마치고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벌써 겨울이다
살점의 마른 잎 위에
하늘은 다시 비누거품을 풀어놓는다
그 첩첩의 눈 속에는, 언제부턴가
흙에 코드를 꽂고 주름주름 충전을 하는 굼벵이들
봄을 향해 언땅을 흔들고 있다
* tirol's thought
시인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때론 아주 큰 시야로
때론 아주 세밀하게
때론 아주 삐딱하게.
시인은
한여름 매미 소리에서 면도기 소리를 생각해내고
겨울의 눈에서 비누거품을 본다.
시인의 눈은 땅 위에 있지 않다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다.
대지의 얼굴을 뒤덮은 눈으로 된 비누거품.
그리고 푸른 숲의 수염을 깍는 매미.
흙에 코드를 꽂고 충전하는 굼벵이들때문에 진동하는 땅.
시인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스케일이 정말 웅장하지 않은가?
시인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때론 아주 큰 시야로
때론 아주 세밀하게
때론 아주 삐딱하게.
시인은
한여름 매미 소리에서 면도기 소리를 생각해내고
겨울의 눈에서 비누거품을 본다.
시인의 눈은 땅 위에 있지 않다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다.
대지의 얼굴을 뒤덮은 눈으로 된 비누거품.
그리고 푸른 숲의 수염을 깍는 매미.
흙에 코드를 꽂고 충전하는 굼벵이들때문에 진동하는 땅.
시인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스케일이 정말 웅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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