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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오늘 - 정채봉

by tirol 2005. 12. 20.
오늘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현대문학북스, 2000./

* tirol's thought

며칠째 사람들에게 '내년 목표'를 물어보며 다니고 있다.
이러저러한 대답을 들으며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이 얼마나 '슬프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너무나 현실적이거나 너무나 모호한 답변들이
처음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진짜 소망과 목표는
저마다의 마음에 묻어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험한 세상에 꺼내 놓으면 깨질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목표'를 세우기 위해 멈칫거리기 보단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이니까.
그렇게 생각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해가 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멋진 '내년 목표'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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