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전동균
변두리 포장마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 소리
마음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 소리의 끝을 따라갈 수 없어
우동 먹으러 왔다가 죄 없는 술잔만 비우는데요
마흔 살의 허기,
공복의 찬 속을 확, 확, 불지르는
소주맛 같은
그런 여자 하나 만났으면 싶은데요
세상도 좀 알고
남자도 좀 아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도 뗄 줄 아는
여자의
휘어질 땐 휘어지고 감을 땐 착착 감는
뽕짝노래 속으로 들어가,
슬쩍, 손만 대도 젖어드는 몸 속으로 들어가, 들어가
한 사나흘
젓갈처럼 푹 삭았으면 싶은데요, 그런데요
-니에미,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한잔해라
/전동균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전동균
변두리 포장마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 소리
마음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 소리의 끝을 따라갈 수 없어
우동 먹으러 왔다가 죄 없는 술잔만 비우는데요
마흔 살의 허기,
공복의 찬 속을 확, 확, 불지르는
소주맛 같은
그런 여자 하나 만났으면 싶은데요
세상도 좀 알고
남자도 좀 아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도 뗄 줄 아는
여자의
휘어질 땐 휘어지고 감을 땐 착착 감는
뽕짝노래 속으로 들어가,
슬쩍, 손만 대도 젖어드는 몸 속으로 들어가, 들어가
한 사나흘
젓갈처럼 푹 삭았으면 싶은데요, 그런데요
-니에미,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한잔해라
/전동균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 tirol's thought
어디다 대고 한바탕 큰소리로 욕이라도 하고 싶었던 하루.
그렇다고 진짜로 그럴 수는 없고,
이런 마음을 기대어 볼 시를 헤아리다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니에미,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한잔해라'
변두리 포장마차의 삐걱대는 의자를 친구삼아,
푸념이라도 늘어놓으며 한 잔 하고 싶었던 하루.
어디다 대고 한바탕 큰소리로 욕이라도 하고 싶었던 하루.
그렇다고 진짜로 그럴 수는 없고,
이런 마음을 기대어 볼 시를 헤아리다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니에미,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한잔해라'
변두리 포장마차의 삐걱대는 의자를 친구삼아,
푸념이라도 늘어놓으며 한 잔 하고 싶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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