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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돌멩이 하나 - 김남주

by tirol 2006. 6. 22.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tirol's thought

안치환의 노래로 몇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김남주의 시인 줄은 몰랐다.
오늘 아침 시로 다시 읽으니 노래로 들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기억 속에서 다소 과장된 것일지도 모르나
나도 언제가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본 것 같기도 하고,
가라앉거나 사라지는 것을 두려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

안치환이 부르는 노래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