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저녁 1
유하
여의도로 밀려가는 강변도로
막막한 앞길을 버리고 문득 강물에 투항하고 싶다
한때 만발했던 꿈들이 허기진 하이에나 울음처럼
스쳐간다 오후 5시 반
에프엠에서 흘러나오는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추억은 먼지 낀 유행가의 몸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만다
기억의 황사바람이여, 트랜지스터 라디오 잡음같이 쏟아지던
태양빛, 미소를 뒤로 모으고 나무에 기대 선 소녀
파르르 성냥불처럼 점화되던 첫 설레임의 비릿함, 몇 번의 사랑
그리고 마음의 서툰 저녁을 불러 모아 별빛을 치유하던 날들......
나는 눈물처럼 와해된다
단 하나 무너짐을 위해 생의 날개는 그토록 퍼덕였던가
저만치, 존재의 무게를 버리고 곤두박질치는 물새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기에
오래 견디어 낸 상처의 불빛은
그다지도 환하게 삶의 노을을 읽어 버린다
소멸과의 기나긴 싸움을 끝낸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쓸쓸하게 허물어진다는 것,
그렇게 이 세상 모든 저녁이 나를 알아보리라
세상의 모든 저녁을 걸으며 사랑 또한 자욱하게 늙어 가리라
하지만 끝내 머물지 않는 마음이여, 이 추억 그치면
세월은 다시 흔적 없는 타오름에 몸을 싣고
이마 하나로 허공을 들어 올리는 물새처럼 나 지금,
다만 견디기 위해 꿈꾸러 간다
유하
여의도로 밀려가는 강변도로
막막한 앞길을 버리고 문득 강물에 투항하고 싶다
한때 만발했던 꿈들이 허기진 하이에나 울음처럼
스쳐간다 오후 5시 반
에프엠에서 흘러나오는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추억은 먼지 낀 유행가의 몸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만다
기억의 황사바람이여, 트랜지스터 라디오 잡음같이 쏟아지던
태양빛, 미소를 뒤로 모으고 나무에 기대 선 소녀
파르르 성냥불처럼 점화되던 첫 설레임의 비릿함, 몇 번의 사랑
그리고 마음의 서툰 저녁을 불러 모아 별빛을 치유하던 날들......
나는 눈물처럼 와해된다
단 하나 무너짐을 위해 생의 날개는 그토록 퍼덕였던가
저만치, 존재의 무게를 버리고 곤두박질치는 물새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기에
오래 견디어 낸 상처의 불빛은
그다지도 환하게 삶의 노을을 읽어 버린다
소멸과의 기나긴 싸움을 끝낸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쓸쓸하게 허물어진다는 것,
그렇게 이 세상 모든 저녁이 나를 알아보리라
세상의 모든 저녁을 걸으며 사랑 또한 자욱하게 늙어 가리라
하지만 끝내 머물지 않는 마음이여, 이 추억 그치면
세월은 다시 흔적 없는 타오름에 몸을 싣고
이마 하나로 허공을 들어 올리는 물새처럼 나 지금,
다만 견디기 위해 꿈꾸러 간다
* tirol's thought
나는 시인으로서의 유하를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그건 영화감독으로서의 유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인보다는 영화감독이 그에게 좀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문학적 완성도에 상관없이 그의 어떤 시들에 끌리기도 한다. 모든 시들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시들에서 그는 자주 '엄살'을 피우고, 얕은 감정들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며, 감각이나 스타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에게 이런 시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당신 수준이 그 정도군...'이라는 얘기를 들을 것 같은 그런 시를 쓴다. (이건 유하라는 시인의 시에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끌리는 시와 문학적인 성취가 뛰어난 시 사이의 간극, 내 취향이 지향하는 바와 오늘의 내 취향 수준 사이의 거리!) 그래서 가끔 유하의 어떤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유행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까? 죄, 아니다. (하지만 유행가가 세상 노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복잡복잡 오락가락 우좡좌왕 횡설수설......
나는 시인으로서의 유하를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그건 영화감독으로서의 유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인보다는 영화감독이 그에게 좀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문학적 완성도에 상관없이 그의 어떤 시들에 끌리기도 한다. 모든 시들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시들에서 그는 자주 '엄살'을 피우고, 얕은 감정들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며, 감각이나 스타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에게 이런 시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당신 수준이 그 정도군...'이라는 얘기를 들을 것 같은 그런 시를 쓴다. (이건 유하라는 시인의 시에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끌리는 시와 문학적인 성취가 뛰어난 시 사이의 간극, 내 취향이 지향하는 바와 오늘의 내 취향 수준 사이의 거리!) 그래서 가끔 유하의 어떤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유행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까? 죄, 아니다. (하지만 유행가가 세상 노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복잡복잡 오락가락 우좡좌왕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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