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두 알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 헨리 데이빗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에게서 따옴.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source: http://onmaroo.tistory.com/116
* tirol's thoguht
멀리 빈숲으로 던져진,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가
꼭 참나무가 되길 빈다.
빌지만,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참나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것과
참나무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아는 것과 되는 것과의 거리는
얼마나 멀고도 먼가.
'필사적 경쟁'의 논리에 지쳐
내가 너무 삐딱하게 생각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