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source: http://news.joins.com/article/5149693
* tirol's thought
함민복 시인이 후배 주례를 서준 후 주례사를 시로 고친 것이라고 한다.
2011년에 결혼한 시인은 이제 결혼 7년차, 쉰 일곱살의 봄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2004년에 결혼한 티롤은 이제 결혼 14년차, 마흔 여덟살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는 상을 함께 드는 일이 제법 익숙해진 것 같다가도 이따금 스텝이 꼬이는 일을 피하기 어렵다. 서로의 걸음을 읽는 일이, 높이를 조절하는 일이, 속도를 맞추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하긴 그건 '생각'으로 맞추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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