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부부 - 함민복

by tirol 2017. 2. 28.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source: http://news.joins.com/article/5149693



* tirol's thought


함민복 시인이 후배 주례를 서준 후 주례사를 시로 고친 것이라고 한다.

2011년에 결혼한 시인은 이제 결혼 7년차, 쉰 일곱살의 봄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2004년에 결혼한 티롤은 이제 결혼 14년차, 마흔 여덟살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는 상을 함께 드는 일이 제법 익숙해진 것 같다가도 이따금 스텝이 꼬이는 일을 피하기 어렵다. 서로의 걸음을 읽는 일이, 높이를 조절하는 일이, 속도를 맞추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하긴 그건 '생각'으로 맞추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이제 이별을 알아서 - 문태준  (0) 2017.03.06
도토리 두 알 - 박노해  (2) 2017.03.02
봄밤 - 김수영  (0) 2017.02.23
국수 - 권혁웅  (0) 2016.10.25
거미 - 김수영  (0) 201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