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672 스킨 변경 스킨을 바꿨다. 내가 쓰던 녹색톤의 스킨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다. 위쪽으로 달아놓았던 옛 홈페이지와 이어진 메뉴들도 갑자기 너절해보였다. 그래서 바꿨다. 2004. 7. 6. 獨居 - 이원규 獨居 이원규 남들 출근할 때 섬진강 청둥오리 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쁘게 출장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 야근할 때 대나무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있을 때 나는 일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굳이 할 일이 있다면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시집 2003. 솔 * tirol's thought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여의도의 지하철 역은 깊다. 한강 밑으로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올라와야 지상이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영리하다... 2004. 7. 6.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낙서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낙서 오 봉 옥 1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바쳐라 …… 술 마시고 싶을 때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보아라.” 노래를 듣다가 문득 생각한다. 시야말로 목숨을 걸고 써야 한다는 것을. 한편의 시가 죽어가는 이를 살려낸다고 한다. 죽어가는 이를 살려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이 없어서는 안된다. 시는 정말이지 그런 것이어야 한다. 시 초겨울 바람에 부르르 떨고 보니 시 쓰고 싶다 그 옛날 콜레라에 걸린 아이처럼 덕석말이로 마당 한가운데 누워 피가 질질 흐르도록 덕석만 할퀴다가 제 몸 위를 소가 쿵쿵 뛰어다니는 소리에 다시 놀라 까무러치기도 하다가 끝내는 온통 땀에 젖은 작은 몸으로 그 무서운 병을 툴툴 털고 일어나 히히 웃는 마치 그런. 2 .. 2004. 7. 5. 소주병 - 공광규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시집 실천문학사 2004 *** tirol's thought 나는 소주병인가 소주잔인가 병이 되어가고 있는 잔인가 2004. 7. 1. 내외 - 윤성학 내외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따라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200.. 2004. 6. 30. 개 - 신경림 개 신경림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았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왔다. 쫓으라면 쫓고 물라면 물었다. 그러다가, 나이들어 기운이 빠지자 주인 그 개를 개장수한테 팔았다. 그리고 그는 살과 뼈가 따로 추려져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다. 주인도 끔찍이도 사랑하던 제 개의 고기를 먹으며 자못 흡족했다. 그 개는 죽어서 헐값의 가죽밖에 남긴 것이 없다. 가죽보다 더 값진 교훈을 남겼다는 거짓과 함께. /창비시선 218, 뿔, 창작과 비평사,2002/ * tirol's thought '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는 것'이 어디 개 뿐이랴. 매일 아침 이 땅의 수많은 샐러리맨들은 오라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오고 심지어는 오라고 하지 말까봐 걱정도 한다. 그리고 나이들어 기운이 빠지기도 전에 버림받는다. 이렇게 살.. 2004. 6. 25. 이전 1 ··· 86 87 88 89 90 91 92 ··· 1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