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居
이원규
남들 출근할 때
섬진강 청둥오리 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쁘게 출장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 야근할 때
대나무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있을 때
나는 일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굳이 할 일이 있다면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시집 <옛 애인의 집> 2003. 솔
이원규
남들 출근할 때
섬진강 청둥오리 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쁘게 출장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 야근할 때
대나무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있을 때
나는 일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굳이 할 일이 있다면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시집 <옛 애인의 집> 2003. 솔
* tirol's thought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여의도의 지하철 역은 깊다.
한강 밑으로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올라와야 지상이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영리하다.
가장 빠르고 편리한 통로를 기억한다.
마포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은 주로
맨 앞칸이나 맨 뒷칸에 많이 탄다.
한 층을 올라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떠밀리고 떠밀며 사람들은 몰려간다.
그런데 가끔 많지는 않지만 그 사람들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올라가는 방향에서 반대편으로 20미터쯤가면
에스컬레이터 없이 계단으로만 된 통로가 있는데
그 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어느쪽이냐 하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쪽이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쪽으로 가기도 하고
또 어느날인가는 '비장한(!)' 표정으로 텅빈 반대편 통로를 향해 걷기도 한다.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걸 일 삼아
제대로 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내공인가.
사람들이 어느쪽으로 가든 제 길을 즐길줄 아는 사람.
하지만 난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이키는 데 '비장한' 표정이 필요하다.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길로 갈껄,
내가 괜한 어깃장을 부린 건 아니었을까
가벼운 후회도 해보고.
오늘 아침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통로로 나왔다.
내일은 어느쪽일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여의도의 지하철 역은 깊다.
한강 밑으로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올라와야 지상이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영리하다.
가장 빠르고 편리한 통로를 기억한다.
마포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은 주로
맨 앞칸이나 맨 뒷칸에 많이 탄다.
한 층을 올라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떠밀리고 떠밀며 사람들은 몰려간다.
그런데 가끔 많지는 않지만 그 사람들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올라가는 방향에서 반대편으로 20미터쯤가면
에스컬레이터 없이 계단으로만 된 통로가 있는데
그 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어느쪽이냐 하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쪽이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쪽으로 가기도 하고
또 어느날인가는 '비장한(!)' 표정으로 텅빈 반대편 통로를 향해 걷기도 한다.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걸 일 삼아
제대로 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내공인가.
사람들이 어느쪽으로 가든 제 길을 즐길줄 아는 사람.
하지만 난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이키는 데 '비장한' 표정이 필요하다.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길로 갈껄,
내가 괜한 어깃장을 부린 건 아니었을까
가벼운 후회도 해보고.
오늘 아침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통로로 나왔다.
내일은 어느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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