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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열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3. 5. 5.
[2003.5.1. THU. 티롤의 열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정말 오랫만이죠?
아홉번째 포임레러를 보낸게 2월16일이었으니까
두달이 넘었네요.
모두들 어떻게 지내셨는지?

습관처럼(?) 드나드는 몇명의 지인들을 제외하곤
홈피가 영... 썰렁합니다.
뭐가 문젠지...
(하긴, 대단한 문제는 아니죠. 그것말고도 중요한 문제는 많고도 많으니까요.)

오랫만에 시집을 한 권 샀습니다.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라는 제목에 끌려서.
천지가 푸른 빛으로 춤추는 오월에
왠 쓸쓸함 타령이냐고 물으신다면
마땅히 준비한 대답은 없습니다.
그냥...
그냥,
사는 게 참,
쓸쓸한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이 환한 오월에도 말이죠.
=-=-=-=-=-=-=-=-=-=-=-=-=-=-=-=-=-=-=-=-=-=-=-=-=-=-=
◈ Today's Poem

세월의 갈피

권대웅

오래된 장롱을 열었을 때처럼
살다보면 세월에서 문득
나프탈렌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어딘가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사랑이
두고 온 마음이
쿡,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썩어없어지지 못한 삶이
또다른 시간으로 자라는 저 세월의 갈피

들판에는 내가 켜놓은 등불이 아직 깜박이고
정거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눈물들
아 사랑들
지붕을 넘어 하늘의 계단을 지나 언덕들
숨어 있던 계곡들이
일제히 접혔다 퍼지며
붕붕 연주하는 저 세월의 아코디언 소리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면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햇빛 아래를 걷다가 울컥 쏟아지는
고독의 멘스처럼.

/권대웅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문학동네, 2003/  

=-=-=-=-=-=-=-=-=-=-=-=-=-=-=-=-=-=-=-=-=-=-=-=-=-=-=-=-

◈ Closing

*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히 홈피에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도 올리고, 음악도 올리고, 시도 올리고...
  제대로 된 글을 써야 된다는 건 알지만...쉽지 않네요.

* 승진했습니다.
  서른 살에 입사해서 서른 넷에 '대리'가 된 게 크게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딴에는 하나의 계기로 삼아보고 싶은 욕심도 듭니다.

* 이번 연휴에는 뭐 하시나요?
   저도 뭘하면서 보낼지 고민입니다.
   오랫만에 도서관에 가서  미뤄놓은 책들이나 죽어라 읽어볼까,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등록해서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볼까,
   차끌고 무작정 어디라도 돌아쳐볼까,
   (확률적으로는 세번째가 가장 낮고 첫번째가 가장 높을 듯 합니다.^^)

* 애니웨이, 즐거운 오월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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