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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아홉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3. 2. 23.
[2003.2.16. SUN. 티롤의 아홉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벌써 이월이 반이나 지났네"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나는 역시 비관적인 인간이라는 걸 확인합니다.

물이 반 남은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았네" 라고 말하는 사람과
"반밖에 안남았네"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조시키는 흔한 비유.

세상에 차고 넘치는 이분법.
모든 이분법은 파시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엔 분명히 금을 긋는 것이 불가피하기도 하겠지요.
문제는 어떤 지점에 칼을 갖다 대는가가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세상 사람들을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 으로 나누는 사람과
'사랑을 해 본 사람'과 '사랑을 못해 본 사람'으로 나누는 사람이
 읽어내는 세상은 많이 다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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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s Poem

석촌호수에서

김갑수


슬픔은 저 물이랑
혹은 물이랑 사이를 건너가는 소리 없는 바람
오늘 석촌호수에는
드문드문 새의 발자국이 찍히고
그 발자국을 쫓아서 간 어느 한 사람의 자취 같은 것이
물밑으로 어룽거리기도 했다
나는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돌멩이 서너 개를 던져 넣기도 했다


아무도 탓하지 않겠다
다만 바람이 불고
또 바람이 불어온 것뿐이었으므로
나의 사랑은
그리고 나의 세월은
이제는 지는 잎잎만을 고요히 띄울 뿐이므로


/ 김갑수시집 『단 한 번의 사랑』, 문학동네/

=-=-=-=-=-=-=-=-=-=-=-=-=-=-=-=-=-=-=-=-=-=-=-=-=-=-=-=-

◈ Closing

* 봄이 오나봅니다.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낮의 햇살을 가득 맞으며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달리는 기분이 꽤 괜찮습니다.

* 혼자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한 듯 합니다.
 이런저런 약속들로 저녁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지니까 조금 답답합니다.
 (하긴 누군가의 얘기로는 이것도 병이라고 하더군요 -_-;;)

* 어제 우연히 티브이를 보다가 MBC에서 하는 '러브레터'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재방송 2회분을 연이어 봤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요즘은 거의 티브이를 안보지만 (못보지만?)
  한 때 방송 3사의 거의 모든 미니시리즈를 섭렵하던 시절도 있었는데...ㅎㅎ
  여러분은 요즘 어떤 드라마를 즐겨보시나요?


*  평안하고 따뜻한 한 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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