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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3

윤사월 - 박목월 윤사월(閏四月) 박목월 송홧(松花)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직이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tirol's thought 계절마다 나도 모르게 떠올리게 되는 시가 있다. 해마다 어느 가을 저녁이 되면 문득 김춘수의 '가을 저녁의 시'가 생각나고, 해마다 어느 봄날이면 문득 이 시를 떠올리고, 중얼거린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이 시는 시인이 1946년 5월, 문예지 '상아탑'에 처음 발표했다고 하는데, 윤사월이 들었던 해를 찾아보니 1946년에는 윤달이 없었고 1944년에 윤사월이 있었다. 시인의 경험을 기초로 두어해 전 써두었던 시를 1946년에 발표한 것이거나 아니면 상상으로 쓴 것이리라. 내 짐작으로는 윤사월이 들었던 1944.. 2021. 4. 11.
폐원(廢園) - 박목월 폐원(廢園) 박목월 그는 앉아서 그의 그림자가 앉아서 내가 피리를 부는데 실은 그의 흐느끼는 비오롱 솔로 눈이 오는데 옛날의 나직한 종이 우는데 아아 여기는 명동 사원 가까이 하얀 돌층계에 앉아서 추억의 조용한 그네 위에 앉아서 눈이 오는데 눈 속에 돌층계가 잠드는데 눈이 오는데 눈 속에 여윈 장미 가난한 거지가 속삭이는데 옛날에 하고 내가 웃는데 하얀 길 위에 내가 우는데 옛날에 하고 그가 웃는데 서늘한 눈매가 이우는데 눈 위에 발자국이 곱게 남는다 망각의 먼 지평선이 저문다. * tirol's thought 첫 눈이 왔던 지지난주 토요일엔 인사동에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러 들어갈 땐 눈이 안왔는데 술을 마시고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고 기억된다.) 밖에 눈이 온다고 생각하니 술은 더 술술 들어.. 2005. 12. 14.
가정 - 박목월 家庭 박목월 地上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詩人의 家庭에는 알 電燈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地上 연민한 삶의 길이어.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地上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한국현대시문학대계 18, 박목월 시집. 지식산업사/ *tirol's thought 중학교 다닐 때 나는 뭐가.. 200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