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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 tirol's thought

내가 마지막으로 연애 편지를 써본 때가 언제인가
그리움에 못이겨 연시를 써보려고 낑낑대던 때가 언제인가
철지난 유행가 같기도 하고
그 언젠가 내 머리 속에서만 오락가락하다가는
끝내 손끝으로 나오지 못한 연애시 같기도 한
김용택의 시.


**
글을 올리고 나서 '낑낑대던 시절'의 습작시를 하나 찾았다.
부끄럽지만 공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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