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생각
이병일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란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조용히 부르짖었다
* 이병일(1981~ )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2007년 계간지 《문학수첩》 신인상에 「가뭄」 외 4편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시집 『옆구리의 발견』이 있다.
* source: http://munjang.or.kr/archives/245899
tirol's thought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설치는 밤이 늘었다.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이래야 하는데' , '어떻게 해야하지?',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마치 스마트폰의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처럼 의식의 백그라운드에서 24시간 돌고 있는 것 같다. 배터리는 늘 쉽게 소진되고 충전은 더디다.
생각없이 자라고 생각 없이 푸르른 풀처럼 살고 싶다, 라고 써놓고 보니 이 또한 '생각'이다. '소도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라'는데. 과연 나는 소나 말보다 행복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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