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황학주
조용한 동네 목욕탕 같은
하늘 귀퉁이로
목발에 몸을 기댄 저녁이 온다
만년은 갸륵한 곳
눈꺼풀 처진 등빛, 깨져간다
눈꺼풀이 맞닿을 때만 보이는 분별도 있다
저녁 가장자리에서
사랑의 중력 속으로 한번 더 시인이여,
외침조차 조용하여 기쁘다
하늘 귀퉁이 맥을 짚으며
물 흐르는 소리에 나는 웃음을 참는다
땅거미와 시간을 보내는
혼자만의 땅거미 무늬가 내게 있다
* 황학주 –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生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某月某日의 별자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등이 있다.
* source: http://munjang.or.kr/archives/191898
* tirol's thought
"잘 물든 단풍은 봄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일갈을 듣고 통쾌했던 적도 있다.
멋진 노인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멋지게 늙어간다는 건 마치 외국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익히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원료 - 이현승 (0) | 2014.10.28 |
---|---|
삼양동길 - 김성대 (2) | 2014.10.06 |
풀과 생각 - 이병일 (0) | 2014.09.25 |
북어 - 최승호 (0) | 2014.04.11 |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신경림 (0) | 2014.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