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만년 - 황학주

by tirol 2014. 9. 29.

만년


황학주



조용한 동네 목욕탕 같은

하늘 귀퉁이로

목발에 몸을 기댄 저녁이 온다

 

만년은 갸륵한 곳

눈꺼풀 처진 등빛, 깨져간다

눈꺼풀이 맞닿을 때만 보이는 분별도 있다

 

저녁 가장자리에서

사랑의 중력 속으로 한번 더 시인이여,

외침조차 조용하여 기쁘다

 

하늘 귀퉁이 맥을 짚으며

물 흐르는 소리에 나는 웃음을 참는다

 

땅거미와 시간을 보내는

혼자만의 땅거미 무늬가 내게 있다



* 황학주 –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生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某月某日의 별자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등이 있다.


* source: http://munjang.or.kr/archives/191898



* tirol's thought


"잘 물든 단풍은 봄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일갈을 듣고 통쾌했던 적도 있다.

멋진 노인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멋지게 늙어간다는 건 마치 외국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익히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원료 - 이현승  (0) 2014.10.28
삼양동길 - 김성대  (2) 2014.10.06
풀과 생각 - 이병일  (0) 2014.09.25
북어 - 최승호  (0) 2014.04.11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신경림  (0) 201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