掌篇 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一○錢 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一○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김종삼 저, 권명옥 엮음, 김종삼 전집, 나남, 2005>
* tirol's thought
5월 8일. 어버이날. 전국의 불효자들이 바쁜 날.
페북에서 우연히 이 시를 보고 몇번을 다시 읽었다.
태연한 거지 소녀의 흐릿한 미소와 거지장님 어버이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어버이 살아 계실 때, 나는 이 소녀처럼 마음 다해 밥 한번 대접한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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