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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우음(偶吟) 2장(章) - 구상

by tirol 2007. 3. 27.

우음(偶吟) 2장(章)
 
구상

 
1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2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tirol's thought

얼마 전 어느 음식점의 화장실에서 이 시를 만났다.
어디론가 도망갈 궁리를 심각하게 하고 있던 참이라
마음 한 구석에서 '쿵' 소리가 났다.
하지만 화장실을 돌아나오면서 생각해보니까
또 어딘가에 가서 자리를 잡으면
그 자리가 '꽃자리'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

결국은 '어디'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중요한 것이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리
그 자리가 꽃자리다.

ps: 참, 화장실 벽에는 시 앞부분은 빠진 채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이하 부분만 씌어 있었다. 앞부분을 떼놓고 읽을 때와 함께 읽을 때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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