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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애가 - 엄원태

by tirol 2007. 2. 21.

애가

엄원태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받쳐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엄원태, 물방울 무덤 창비시선 272, 창비, 2007년 02월/


* tirol's thought

사람들은 모두 다 혼자 운다.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저마다 혼자 울고 있다.
원망이 차오르고 올라  턱밑까지 이르렀을 때
문득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거기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너도 나를 원망하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난 내 울음으로 네 슬픔을 떠받쳐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부끄럽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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