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오지 않은 사람 - 이선외

by tirol 2021. 2. 21.

오지 않은 사람

 

이선외

 

 

방안 가득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이
탁자 곁에 머물러있다.
오지 않은 불빛이 흐른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빛을 바라본다
오지 않은 사람의 손톱을 깎는다.
오지 않은 사람의 밥상을 차린다.
오지 않은 사람과 소풍을 간다.
오지 않은 사람과 싸운다.
오지 않은 사람과의 약속 때문에 운다.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은 붉다.
오지 않은 사람은 울타리 밖의 텃밭
오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마신 커피 향

마루 가득 오지 않은 사람들

추울 때 피는 꽃이 진짜 봄꽃이다.

 

<이선외,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천년의 시작, 2020>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 김후란  (0) 2021.02.21
따뜻한 가족 - 김후란  (0) 2021.02.21
밤의 공벌레 - 이제니  (7) 2021.01.31
어부 - 김종삼  (1) 2020.12.25
사무원 - 김기택  (5)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