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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어부 - 김종삼

by tirol 2020. 12. 25.

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79>

 

 

* tirol's thought

 

화사한 날이 오면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나는 무엇이 되어서

무슨 말을 중얼거릴 것인가

날마다 출렁거리는 작은 고깃배

어디가 뱃머리고 어디가 배꼬린가

화사했던 날이 언제인가

언제 줄을 풀고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오늘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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