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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그냥커피 - 오탁번

by tirol 2008. 7. 10.
그냥커피

오탁번


옛날 다방에서
그냥커피를 마시는 토요일 오후

산자락 옹긋옹긋한 무덤들이
이승보다 더 포근하다

채반에서 첫잠 든 누에가
두잠 석잠 다 자고
섶에 올라 젖빛 고치를 짓듯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 마시며
저승의 잠이나 푹 자고 싶다


/ 오탁번, 손님, 황금알, 2006/


* tirol's thought

오후에 마이데이를 내고, 어디 시원한 커피숍 같은데 가서 반쯤은 졸고 반쯤은 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좀 보내고 싶었는데...2시에 임원보고 일정이 잡혔다. 마음을 접고 나서보니 저녁 때 다른 약속도 있었네. 다음 번을 기약해야지. 나도 누에처럼, 그냥커피나 마시며 잠이나 푹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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