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사이
김광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 tirol's thought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오로지 공부나 하고,
직장인들을 오로지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고,
농부들은 오로지 농사나 열심히 짓고
신부들은 오로지 기도나 열심히 하라고.
맡은 바 본분을 다하라고.
그래야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될꺼라고.
'2메가 바이트' 수준의 생각이 갖는 진실이 왜 없겠는가마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를 때
무식한 폭력이 탄생한다.
사이를 모르는 인간이
어찌 소통을 알겠는가?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1) | 2008.08.04 |
---|---|
그냥커피 - 오탁번 (2) | 2008.07.10 |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손택수 (0) | 2008.06.12 |
초원의 잠 - 김성규 (0) | 2008.06.04 |
나무 한 권의 낭독 - 고영민 (0) | 2008.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