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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70년대산(産) - 진은영

by tirol 2008. 9. 9.

70년대산(産)

진은영


우리는 목숨을 걸고 쓴다지만
우리에게
아무도 총을 겨누지 않는다
그것이 비극이다
세상을 허리 위 분홍 훌라후프처럼 돌리면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내내 기다리다
결국
서로 쏘았다

/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351, 문학과지성사, 2008년 08월/


* tirol's thought

'보이는 적'은 은혜롭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함께 싸워야할 우리를 손잡게 하는.

어떤 놈이 주식으로 돈을 더 벌었나 경쟁하고
누구 차가 더 좋은가 침을 튀기고
누구 집이 더 넓은가 뺨을 재고
누구 아이가 더 좋은 학교에 갔는가 귀를 세우며
우리는 그렇게 먹고 마시고 경쟁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서로 쏜 총에 피 흘린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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