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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열대야 - 나희덕

by tirol 2006. 8. 17.
열대야

나희덕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잠은 죽음의 연습,
때로는 잠꼬대가 두렵고
내쉬는 한숨의 깊이 쓸쓸하지만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이 있을까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

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 tirol's thought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

은 있을 것 같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오는
일.

열대야 때문에 나도 요즘 가끔씩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잠들곤 한다.
게다가 가끔 어떤 강을 건넜다가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잠에서 깨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마치 물에 빠졌던 것 처럼
등이 흠뻑 젖어있곤 한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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