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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알 수 없어요 - 황인숙

by tirol 2019. 6. 29.

알 수 없어요

 

황인숙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황인숙, 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 지성사, 2007>

 

 

*  tirol's thought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딱히 구분하기가 애매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멍하니 있는 것'과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바다와 내 좁은 방은 얼마나 멀리있나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거나

눈을 잠시 감았다 뜨거나

천천히 고개를 뒷쪽으로 돌리거나

그러면 거기

바다가 있거나 들판이 있거나 하늘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거미줄처럼 얽힌 행간을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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