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春秋)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
* tirol's thought
3연 13행의 시 속에
봄부터 가을까지 세개의 계절이 들어있다.
망설임과 아내의 눈치와 물난리와 열대야를 거쳐
봄에서 가을로
꽃 피는 소리에서 잎 지는 소리로
잎 지는 소리와 다시 꽃피는 소리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스며드네 - 허수경 (0) | 2019.07.06 |
---|---|
알 수 없어요 - 황인숙 (0) | 2019.06.29 |
산산조각 - 정호승 (0) | 2019.06.08 |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4) | 2019.05.10 |
국수 - 백석 (2) | 2019.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