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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그 꽃 - 고은

by tirol 2004. 10. 19.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tirol's thought

마음을 비워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 자체도
너무 꽉찬 마음이다
마음은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 비우고 내려갈 때 본 '그 꽃'
늦었다
아니 늦지 않았다
'이르다 늦었다'는 꽉 찬 마음의 언어일 뿐
빈 마음에게 늦고 이름은 없다
그저 그 꽃을 보고 즐기면 그 뿐

아직도 내 마음은 자질구레한 것들로 그득 채워져 있는 탓인지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을 내려 갈 때 보게 되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져서
괜히 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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